좋은 차를 만나는 방법 - 공부차

Category

[하우스티] 17년도 육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세스크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6-03 02:20 조회956회

본문

이전에 암차킬러(!)로써 공부차의 "무이수선" 시음기를 올렸는데요.
우선 17년도 신차를 제작해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ㅎ.
15년도에도 제작되었던 암차의 경우 탄배향 쫙 빠지고 제일 입맛에 맞을 시기이긴 한데.
사실 학생의 주머니사정으로 공부차의 정암차는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싸거든요 ㅠㅠ.

가격도 너무 착하게 제시되었다! 그렇다면- 열심히 마셔봅니다 ㅎㅎ.
"5기 서포터"로서 열두번째로 시음해볼 차는 "하우스티 - 17년도 육계"입니다!

"무이육계"는 앞서 올렸던 "무이수선"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암차입니다.
"무이암차"를 언급하면 그 즉시, 많은 소비자분들-차인분들이 떠올릴 이름이지요.
물론 "차왕"이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한, 제일 유명한 "대홍포"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대홍포"와 "무이암차"의 연결고리를 잘 모르시는 일반 소비자분들도 많이 봤어요.

이쯤에서 정리를 해봅시다. 명칭 대홍포, 육계, 수선은 전부 "품종"을 의미합니다.
(엄밀하게 "대홍포"는 단일품종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일단 이렇게 정리하면 쉬우니까)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맛과 향을 인정받은 명총계열도 있고, 새로 개발되는 개량종도 있습니다.
독립된 품종으로 나열할 수 있는 암차만 무려.... 100가지를 가볍게 넘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품종별로 마시는 걸 좋아한다 말하고 다니지만, 실상은 2-30가지 정도밖에.. 그 정도로 많아요!
물론 수선과 육계, 대홍포가 다르듯, 이 모든 품종들은 다 각각의 특징적인 향미를 띠고 있답니다!

년도별로 품종별 암차 생산량이 변화함을 설명하는 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가장 뛰어남을 의미하는 "무이암차 5대명총"에 "수선"이나 "육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5대명총"은 대홍포, 철라한, 수금귀, 백계관, 최근에 들어서 새로 추가된 반천요까지 총 5가지!
그럼에도 대부분의 중국찻집에는 수선이나 육계, 대홍포 정도만이 자리를 잡고 있는 형상인데요.
실제로 소비자들이 위의 5대명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고, 결국 많이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언젠가는 품종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17년도 육계 찻잎.jpg

무이암차 찻잎은 육안으로 구분해내기 정말 힘듭니다. 
물론 찻잎조차 특징적인 차들이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 튼실한 잎을 보세요! ㅎㅎ


---------------------------------


이번에는 총 3가지 방식으로 - 3가지 다관(개완)과 2가지 숙우를 이용하여 맛을 보았습니다!


일단은 기본적인 차의 특징부터 알면 좋으니, 백자개완에 맛을 보았습니다.
1. 백시 전각개완.jpg
(* 백시 전각개완. 2.5g, 삼다수 55mL, 100C, 20-30sec)

육계의 일반적인 특징은 높게 치솟는 계피(계수나무의 껍질)향으로 정의되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그 "계피"가 맞습니다! 다만 차 자체가 (냉침을 하지 않는 이상) 따뜻하기 때문에.
특징적인 향이 톡 쏜다기보다, 숲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편안하고 유유자적한 안정감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고급차의 경우 도향(복숭아향)을 필두로 하는 다양한 과일향이 교차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전 "무이수선"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지탄의 탄배향까지 합쳐져.
가격대비 정말 고급스러운 암차가 탄생했습니다!

개완의 특징이라 하면, 뭐니뭐니 해도 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안에 꽉 차는 미네랄 구감과 패기 넘치는 향을 좋아해서 마시는 저는.
주니나 저조청니 계열의 자사호, 아니면 우리나라의 분청다관을 쓰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두번째로는 주니자사호에 맛을 봐 보았어요!!

2. 문혁주니 수평호.jpg
(* 문혁주니 수평호. 4g, 삼다수 100mL, 100C, 30sec)

이 수평호는 공부차에서 직접 제작한 자사호로써, 잠시 대여해 온것입니다.
출수 절수 너무 좋고, 흙 자체가 굉장히 은은하게 비춰져 더욱 예쁩니다. 직접 사용해 봤으니 알지요~.

더 많은 정보 확인은-. 

역시 저는 개완에 우렸을 때보다 주니자사호에 우렸을 때가 훨씬 맛있었어요!
앞서 표현했던 나무껍질의 내음새, 과일향, 옅은 흙맛의 균형이 좋고, 살짝 거슬리던 맛은 사라졌네요.
요즘 동생이 캘블에 빠져있어서, 자기가 싫어하는 암차의 향을 살짝 가려줘 훨씬 맛있다고 말했고요.
저는 차 자체가 참 괜찮아서 백자에 마시는 것이 더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암차 우릴때 가장 선호하는 분청차호입니다!

3. 노산도방 분청차호.jpg
(* 노산도방 분청차호. 5g, 삼다수 120mL, 100C, 30sec)

이번에는 아예 분청숙우까지 꺼내습니다. 원래 재질을 맞춰 마시는 게 가장 맛있다고도 하죠.
주니자사호때와 비슷하게 거슬리는 향은 전부 사라지고, 대신 주니 때보다 향이 조금 낮게 깔립니다.
대신에 맛에는 단맛에 감칠맛까지 더해져,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균형감을 이루게 되지요.

백자숙우에서는 고상하고 여리여리 향이 높게 치솟는 면이 제일 강했고요.
분청숙우에서는 향 살짝 가라앉고, 균형감 너무 좋고.. 맛은 영롱하게 달아지던.
마지막인 캘블은 역시 도기라.. 30초로 균일하게 우렸더니 약간 짭짤하고 진하게 우려졌네요.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좋은 품질의 차는 진하게 마시는 것의 재미가 대단하지요!

마지막으로 엽저 사진 보시면서 마무리하도록 할까요~.
17년도 육계 엽저.jpg

음... 요즘 너무 어렵게 글을 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치 "차를 이 정도로 진지하게 즐기지 않으면 자격이 없어...." 라고 강요하는 듯.
궁금해서 들어오셨다 괜시리 진입장벽만 높이는게 아닌가하고 살짝 반성도 해봅니다.

음... 저도 이렇게 다양한 변수를 부여해가면서, 관찰해가면서 마신다.. 저도 힘듭니다 ㅎㅎ.
차 자체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사랑하고, 원래부터 호기심 충만한 성격이라 가능한 것이죠 사실.
비싼 기물, 풍부한 지식, 평균치를 상회하는 노력... 이 모든 것들은 보완요소이지 결코 필수요소가 아닙니다.
그냥 "한 번 마셔보고 싶다..!"라는 최소한의 호기심. 합쳐서 2만원이 안 되는 개완-숙우-찻잔 세트!
그거면 정말 충분하답니다!

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