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진한 흑차의 세계: 6월 24일 서포터즈 1차 클래스 및 다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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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umakuro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6-07-05 23:09 조회33회본문
6월 24일, 4시간에 걸쳐 진행된 1차 클래스 및 다회는 저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흑차라는 카테고리를 한 번에 폭넓게 비교해볼 기회는 흔치 않아서, 마시면서 적어둔 메모를 바탕으로 시음기를 적어봤습니다.
시음에 앞서 — 우리기의 기본기
시음하는 중간중간에 대표님이 차 우리기의 기본과 알아두면 좋은 팁들을 설명해주셔서 서두에 먼저 적었습니다.
포다법과 자차법. 다구에 우려내는 포다법과 아예 끓여내는 자차법은 같은 차라도 전혀 다른 맛과 향미를 보여준다.
잎 크기와 다구의 궁합. 잎이 큰 차는 큰 호에 우려야 잎이 온전히 펼쳐질 공간이 있어야 제 맛이 나온다.
엽저는 손으로. 우리고 난 엽저를 눈으로만 보지 말고 직접 만져보며 생기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잎의 탄력을 확인하며 차의 상태를 볼 수 있다.
깨우기. 우리기 전 잎이 너무 축축하거나 상태가 애매하다 싶으면, 열감으로 한 번 깨운 뒤 우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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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39 진년 공부 흑전차 (백사계)

백사계차창의 창립연도(1939)를 이름에 새긴 흑전차. 실제 차 자체도 7~8년 숙성된 차 + 열발효를 거쳐 잎색이 어둡다.
굳이 깨우지 않고 바로 우려도 무리가 없는 차였다. 수색은 흑차치고 맑은 편. 입에 넣으면 확실히 부드럽고, 흑차 숙성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깔린다. 강하게 치고 들어오기보다 잔향이 조용히 오래 남는 스타일인것 같았습니다.
자사호에 끓인 버전이 흥미로웠다. 숙성향이 상당 부분 빠지면서 단맛이 살짝 올라오는데, 첫 모금의 인상은 놀랍게도 "물맛"에 가까웠다. 같은 차인데 우리는 방식 하나로 이렇게 담백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2. 1949 진년 공부 화권차 (백사계)

화권차를 처음 만든 해(1949)를 기념하는 차. 앞의 흑전차와 정반대로 냉발효라 잎색이 밝다.
수색은 흑차 평균 수준. 그런데 향이 확 풍기고 맛이 화하게 올라온다. 민트를 연상시키는 청량감이라고 해야 할까? 흑차 숙성 특유의 향은 없는 대신, 그 화한 기운과 함께 감칠맛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진다. 목을 살짝 조이는 듯한 느낌도 있어서, 부드럽게 넘어가던 흑전차와는 결이 뚜렷하게 갈렸다.
3. 공부안화화차 (백사계)

금화가 핀 복전차와 어린잎으로 만든 차. 이날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이 몇가지 있었다.
- 금화가 잘 자라도록 긴압을 일부러 약하게 한다.
- 금화는 오래됐다고 피는 게 아니라, 만들 때부터 피운다.
- '화차'라는 이름은 꽃이 아니라 조화로운 차라는 뜻.
수색은 흑차 평균보다 살짝 진한 편. 마셔보면 내가 알던 흑차의 스탠다드에 가장 가까운 인상인데, 숙성향은 오히려 덜한 편이다. 조이는 맛 없이 첫 번째 흑전차처럼 매끄럽게 넘어가고, 무엇보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흑차 입문자에게 한 잔 권한다면 이 차를 추천하고 싶다.
4. 2006 진년공부 대상향 생차 (두기)

여기서부터는 두기의 생차. 두기 브랜드 창립연도를 기념해, 10년 된 차를 대두·상두·향두 세 가지로 블렌딩한 차다. 판매하기 용이하도록 블랜딩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생차는 예민해서 보관 환경에 따라 상태가 크게 갈리는데, 한국에서 발효시키면 진행이 더딘 편이라 평균적으로 수색이 연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차도 수색이 연한 황색이었다.
향은 화려하지 않지만 잔향이 굉장히 진하다. 목이 조이는 느낌이 있고, 전체적인 포지션은 화전차와 흑전차 사이 어디쯤? 잎향이 풍성한데 바디는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져서, 그 대비가 재미있는 차였다.
5. 2006 진년공부 금옥 생차 (두기)

금두와 옥두를 블렌딩한 생차. 세심하게 우려야 하는 예민한 차라 거름망 없이 진행했다.
수색은 평균보다 밝다. 맛이 입안에서 확 올라오는 타입인데, 향은 오히려 은은하게 받쳐준다. 조이는 맛도 있는 편이고, 잔향은 구수하게 마무리된다. 대상향이 균형형이라면 금옥은 확실히 개성이 있다 보니 한 모금의 인상이 강하게 남는 차였다.
6. 태정두 (2017)

향은 은은하게 달고, 맛도 단데 목을 조이는 느낌이 적다(아예 없지는 않다). 잔향도 제법 남는 편. 발효가 굉장히 빠른 차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이론을 떠나 그냥, 확실히 맛있는 차.
이 타이밍에 화전차를 끓인 버전도 함께 마셨는데, 포다법 대비 산미와 바디감이 확연히 더해졌다. 흑전차는 끓이니 담백해지고 화전차는 끓이니 도리어 진해지는 셈이라, 자차법이 차마다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게 가장 흥미로웠다.
7. 90년대 공부 강전

마지막은 티베트에서 주로 마셔온 강전차. 90년대 차다.
수색은 살짝 밝은 편이고, 우디한 향이 진하게 올라온다. 예전에 마셔본 티베트 흑차보다는 연하고, 좀 더 부드러운 인상. 목 조이는 맛이 전혀 없이 넘어가고, 잔향이 달게 남았다. 마시면서 이전에 내가 마신 티베트 흑차랑은 결이 많이 달라서 다음번에 다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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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일곱 잔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총 세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발효의 방향. 열발효(흑전차)와 냉발효(화권차)가 잎색부터 향의 결까지 얼마나 다른 차를 만드는지 나란히 비교할 수 있었다.
우리는 법의 힘. 같은 차도 포다법과 자차법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흑전차는 끓이면 담백해지고, 화전차는 끓이면 산미와 바디가 붙는다. 차를 '어떻게 마실 것인가'가 '무엇을 마실 것인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시간과 보관. 만들 때부터 금화를 피우는 화차, 한국의 기후에서 더디게 익어가는 생차, 30년 세월에 둥글어진 강전까지. 흑차는 결국 시간을 마시는 차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