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만나는 방법 - 공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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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소종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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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키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3-12 23:37 조회1,2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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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안녕하세요.
리키지입니다.

벌써 2번째 시음기입니다.
감각을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은 쉽지 않네요.
풍부한 경험에 기반해 비슷한 것을 유추하고 또한 특색을 고려하면서도 적절한 단어를 고른다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시음기가 족하지 않다 느끼지만
가급적 눈으로나마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좋은 차를 자주 접하는 것이겠죠?

오늘 찻자리는 15년 정산소종(봄차)입니다.
+수정했습니다


◎찻잎: 5g
◎물: 정수기(사실 저의 모든 찻자리는 정수물이랍니다.)
◎다기: 모란 개완(120cc), 백자잔(3개), 공부차 숙우
제가 전에 개완에 찻물 드는 것을 싫어해서 홍차/흑차용 개완을 따로 둔다고 써뒀는데 기억하시나요?
백자 개완에 찻물이 드는 것은 매우 속상하답니다.
그래서 찻물이 이미 들어버려서 어쩔 수 없는 개완을 쓰는데, 다른 다기를 써도 된다길래 허락받고 꺼냈답니다!
브랜드는 모르겠고(..) 저렴하게 모란개완이라고 부릅니다. 편하게 봐주세요.
◎물 온도: 95℃~
사실 정확한 온도는 모르겠어요. 펄펄 끓어도 그것을 100℃로 보지는 않잖아요?
끓는 물을 내려 입김만큼 숨을 빼준 후 바로 붓는다고 다소 문학적으로 적어봅니다(..)
◎윤차: O
◎거름망: O
사실 엽저가 작지는 않아서 거름망은 필요없지 않았나 싶어요.

건엽.jpg
건엽은 얼핏 보면 잿빛이 가득해서 윤차를 해줬는데
막상 사진으로 보니 암녹빛을 띄네요. 쨍한 흑연빛은 아니에요.
금아는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찻잎이 유난히 길쭉하고, 섬세하고 촘촘하게 말려져 있어요.
길쭉하다는 건 마지막에 엽저 사진에서 한번 더 볼게요.


 저의 오늘 찻자리입니다.
1포.jpg
1) 물을 부은 후, 따라내는 시간을 포함한 15초
개완 뚜껑을 열어 향을 맡는데 들쩍한 단내가 피어오르고 훈내가 나는군요.
훈연이라고 할 것 까진 아니지만.. 아니 뭐랄까 애매하네요.
저는 서양홍차로 입문을 해서 저에게 훈연은 매우 강렬한 스모키함인데,
이것도 스모키함이 없지는 않지만 원체가 무연으로 만들어진거라
색깔이 원색적이진 않고 은은하게 배어있는 스모키함이라고 할까요. 그러한 감이 있답니다.
이건 상당히 상대적인 것이겠군요. 요즘의 저는 쨍한 것보다 이쪽을 더 선호한답니다!( ovo*)


맛은 굉장히
달아요.
!
!!
!!!!!!!!!!!!!!!!!!!!!
숨을 멈출만큼 달아요!
꿀물이래도 믿겠어요. 달아요! 달.다!! 달!! 다!!!! 
아니 ㅠㅠㅠㅠ 이런 조악하고 1차원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되겠죠.
아니 저 왜 시음기를 써야하지?
그냥 맛있게 마시고 즐기고 싶다.

텍스쳐가 실키하네요. 부드러운 목넘김입니다.
훈연이 없는 것은 아닌데 단맛이 여전히 훨씬 강세구요.
저는 이러한 단맛을 감초같은 단맛이라고 합니다.
묵직하고 들쩍한 단맛을 아시나요? 단맛에 바디감이 가볍게 섞여있네요.

 
2포.jpg
2) 동일하게 15초
기다리는동안 물이 좀 식었는지 탕색도 살짝 연해졌네요.
찻자리를 가질 때 귀찮아서(..) 일일이 비교하지는 않았는데
새삼스럽게 느끼네요.. 차는 물 온도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다는 걸..


3포.jpg
 3) 물을 새로 다시 끓여서 이번엔 20초입니다.
보시다시피 첫번째와 크게 다른 차이가 없는 색이죠...
역시 온도가 중요해요... 그 다음이 시간..
맛에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균일한 맛을 내준다는 점이 아주 좋네요.
아주 달고 좋아요. :9 ★

4포.jpg
 4) 이번에는 45초입니다.
아까보다 확연히 진해졌지요.

그래도 아까보다는 차맛이 빠져가네요.
바디감이 먼저 빠져나가는군요.


5포.jpg
 5) 1분
물맛이 강해졌어요.
색의 차이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네요.
상대적으로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지만요.


6포.jpg
 6) 2분
좀 강하게 뽑아주기 위해 2분으로 늘렸어요.
놀라운 것은 6번째 잔에서 훈연이 가장 강하게 느껴져요.
왜인가 생각해봤는데, 단맛과 함께 바디감이 좀 빠져들었거든요.
훈연이 강해졌다기보단 원래 거기에 있었는데 다른게 빠지면서 두드러지는게 아닐까요?
새삼스럽게 이거 정산소종이었지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7포.jpg
 7) 2분
연한 노란색을 띄네요.
온도도 떨어졌을 뿐더러 전의 6번째에서 이미 거의 다 나온 것 같아요.


개완샷.jpg

마지막으로 쭉쭉 마시기 위해 개완째로 마시려구요. 
더 우려도 어떻게 더 나올 것 같기는 한데,
제가 배가 불러서요(..)

엽저2.jpg

엽저입니다! 갈빛이 예쁘게 나오는군요. 


엽저3.jpg

자자 하나 들어봤는데 진짜 길쭉하지 않나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건가?
그다지 표면적이 큰 애들같지는 않지만.. 길다고 생각합니다..음..



이 정산소종은 총체적인 밸런스가 아주 좋았어요.
단미도 바디감도 훈연도 텍스쳐도 어느모로 보나 아쉬운 것 없이, 꼭 들어맞는 퍼즐처럼 좋았답니다. :D
물론 이것보다 맛있는 정산소종은 어딘가에 꼭 있겠지요.
세상에는 그런 다양성과 변수와 새로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확신에에 더 두근거리는 내일이 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역시 차는 집에서 혼자 시음할 때 가장 정확한 것 같아요..
더 찬찬히 맛보고 더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좋네요.

맛있다.... 세상 즐거움.....
또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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