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만나는 방법 - 공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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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운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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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누피 작성일16-10-30 23:29 조회1,2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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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좋았다.
비가 내린 뒤라 적절히 상쾌했고 엄청 춥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쯤 티타임 소풍을 진행해볼까?
이벤트 마인드 발동.
가방에 다구와 차와 스낵을 착착 챙겼다. 가장 중요하고 무거운 뜨거운 물을 보온 병에 담았다.
엉덩이 겨우 붙일 수 있는 스누피 피크닉 매트를 챙기니 준비 끝!
오늘은 모친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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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정말 묵직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몇 군데 장소에서 자리를 펼까 했지만 지난번에 피크닉 했던 그 장소에 그대로 앉기로 했다.
계절의 변화를 감상하기 위한 목적?
촤르륵 차리고 보니 벌써 그럴싸했다.
물론 모친께선 옆에서 아니 밑에 제대로 깔 매트를 가져왔으면 더 예뻤을 것 아니냐, 물휴지 줄 테니 저 옆에 신발 자국을 지우고 사진을 찍어라....등등 다양한 조언을 해주셨다. ㅋㅋㅋㅋ
챙겨가지 않은 것을 꺼낼 수 없었고 굳이 그렇게까지 닦아가며 티타임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본의아니게 불효녀가 됨....;;;;;;;;;;;;;;;;
챙겨간 차는 2013년 생산했다는 밀운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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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성 조주는 이름도 유명한 봉황단총의 산지다.
그곳에서 단총이라는 좋은 원료를 가지고 홍차를 만든 것을 밀운홍차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예상된다.
까만 빛에 윤기가 흐르고 세긴한 조형.
재미있는 것은 단총은 100도씨의 뜨거운 물에 우려야 가장 맛있고 향긋한 데 비해 단총으로 만든 홍차들은 한김 식은 물로 우려야 품고 있는 향기와 맛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그러니까.....야외에서 보온병에 넣어간 물을 이용할 예정이므로 엄청 춥지는 않다고 해도 물 온도가 파바박 떨어질 것을 고려해서 골랐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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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삼박자 커피를 따로 준비해가셨던 모친, 차 한 상이 차려지니 커피를 포기하시겠다고.
초콜릿은 두 개 다 모친을 위한 것.
네네, 전 식이 중이라 최하 72% 카카오 함량은 되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사실 80% 이상....)
탁 트인 공간이었음에도 화려한 향기가 사르르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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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황홍의 탕색.
끓여간 물은 아리수였다.
처음에 윤차하지 않았고 10초-10초-20초로 우렸다.
과향, 밀도향, 그리고 기본적인 단총이 갖춘 화향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스르륵 홍차 특유의 산화향도 느껴졌지. 맛은 또 얼마나 달던지!!!
처음에는 스르륵 지나는 것 같았지만 2포부터는 풍부한 맛이 제대로 우러났다.
단맛, 신맛, 부드러운 고삽미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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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2분-3분
4포부터는 슬슬 약해지기 시작하는 기미가 보여서 나머지 5, 6포는 길게 우렸다.
5포까지는 맛이 있었으나 6포에서는 거의 물의 맛이....
매우 알차게 끝까지 우려서 마신 것 같아 왠지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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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도 처음에는 팔장을 끼시고 소극적으로 드시더니 나중에는 이 차 좀 특이하다며 열심히 마셨다.
옆에서 괜히 사진도 막 찍어주시고 그러심. ㅎㅎㅎㅎ
물론 초콜릿 드셨다. 내 것도 얼른 드리고 싶었지만 아직 촬영이 끝나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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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왔을 때는 아직도 초록초록이더니 어느새 황금빛의 기미가 보였다.
먼 산의 나무들도 슬슬 물들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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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저도 맑고 튼실해 보였다. 모양은 약간 불균정했으나 색은 홍갈로 균일.
엽저에선 여전히 달달한 향기가 났다.
고마워, 맛있게 마셨어.
좋은 원료로 세심하게 만들어진 차라는 생각에 절로 행복했다.
향기와 맛이 얼마나 좋은지....2013년에 만들어졌으니 지금 딱 화기가 빠지고 아주 맛있을 때이기도.
뭔가 좀 잔뜩 사다놓고 맛의 변화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차였다. :)

다시 힘을 내서 남은 코스를 걸었다.
입 안에서는 여전히 달달한 여운이 한가득!
아마도 그래서 이 차 이름이 밀운인가 싶었다. 꿀처럼 단 기운이 오래 머물러 있는 차.

모친도 티타임하고 걸으니 더 수월하다며 좋아하셨다.
날이 쌀쌀해지는 걸 보니 이제 저렇게 여유롭게 앉아 하는 티타임 소풍은 쉽지 않겠지만...
서서 간단히 마시는 티타임을 연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걸었다.
그렇게 또 좋은 가을날을 꽉 채워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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