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만나는 방법 - 공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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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정암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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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누피 작성일16-11-06 22:48 조회1,4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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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차가 땡기는 계절이다.
이번에는 공부차에서 직접 제작한 무이암차를 맛보게 됐다.
모임 때 마셔보니 나에게는 탄배가 너무 강한 듯하여..........
고민하다가 나의 방법대로 나름 탄배를 희석시킬 만한 구성으로 준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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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위의 병(?)은 나름 탁주 병인데....
꽃 꽂으면 예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가져다놓기는 했는데 우리집엔 그 흔한(?) 백일홍도 없어서
놓기는 했는데 나중에 뺐다. ㅎㅎ
자사호+흑유잔 정도의 조합이면 많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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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중에서 정암수선을 고른 것은 자사호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와중에 그나마 암차 중에 고급(?)스러운 수선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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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굵고 큼직하니 시원하게 생겼다.
탄배를 세 번 거쳤다고 한다.
세 번의 탄배를 버텨낼 정도로 좋은 원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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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그램을 대륙 스타일대로 다 넣었다.
그랬더니 자사호가 가득 참.
예열을 한 뒤라서 차가 들어가는 순간 암차의 향기가 사르르 퍼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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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 사용. 110밀리리터. 95~100도씨.
윤차를 위해 즉시 붓고 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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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5초-7초-10초
처음 탕색은 황갈이다가 홍갈로 바뀌었다.
화기가 빠지지 않았음을 웅변이라도 하듯 조금 탁한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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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완전 탄배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달콤한 향기. 뽑기 할 때 맡을 수 있었던 설탕이 익는(?) 향기?! 
4포 정도 지나니 향기는 확 기운이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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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처음에 확 쓰고 떫고 혀가 아린 느낌이 나다가 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삽미가 끝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강하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입 안에서 암차 특유의 시원한 느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암운이 분명 있는데 그걸 살리기 위해서 이렇게 강하게 탄배를 했어야 했던 것일까?
맛은 4포째부터 겨우 부드러워지기 시작했으나 확~ 가벼워진 것도 이 지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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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초-30초-1분
그만 마실까 하다가 5포째부터는 제대로 단맛이 나기에 아쉬운 마음에 더 우렸다.
탕색도 5포 때부터는 현저하게 옅어지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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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얌전히 불어난 엽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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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두껍다. 강한 탄배 때문에 건조한 탓인지 파쇄된 잎들도 보였다. 
크기는 균정하지 않았으나 묵녹색으로 비교적 균일했다. 

***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 암운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로 강한 탄배가 들어간 수선이 아닐까 한다. 
혹시 커피를 즐겨서 마시는 사람이라면 이 맛이 굉장히 익숙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쓰고 진하면서 무겁게 느껴지는 암차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가격 대비 내포성 좋은 암차로 다가갈 수 있겠다.
즉, 세계 각지의 다양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암차가 굉장히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말.
하지만, 나처럼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은 조금 어려울 수도....
나의 취향으로는 개완이 아니라 자사호에 우려 흑유잔에 마신 건 옳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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