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만나는 방법 - 공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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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소종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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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지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3-18 11:31 조회1,2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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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소종(춘차)

 무지(無知)에서 오는 편견(偏見), 그 편견이 불러오는 또 다른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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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잘못된 인상을 가지고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릴 뻔 했습니다.
서양 홍차 브랜드에서 들여오는 ‘랍상소우총’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정산소종’. 
이 두 가지가 저는 같다고 생각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나쳐 버리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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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찻자리는, 
바쁜 저를 옆에 두고는 망중한을 즐기는 냥이님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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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차답게 여리고 섬세해 보이는 잎들
색은 짙은 검정, 암회색을 띄며 가늘고 짧은 편입니다. 
조금은 신향이 피클을 연상시키며, 탄 향도 함께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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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양: 5g
사용한 물: 풀무원 맛있는 샘물
물의 온도: 약85도~90도
사용한 다구: 백자 개완(100cc), 백자찻잔, 유리 숙우
우린 횟수: 5회
우린 시간: 10초, 30초, 60초, 2분, 3분 이상
윤차: 바로 버림
거름망: 사용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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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약10초 우림)
입안에 부드럽게 감기며, 단맛이 혀에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마시고 나서도 입안이 조금 미끈거리는 듯, 단 향과 그 여운이 함께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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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약30초 우림)
삽미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달달한 맛과 향으로, 고구마말랭이가 연상됩니다. 
차를 삼키고 나면 민트차를 마신 듯이 입안이 화한 느낌이 들며, 
빈 잔에서는 신향이 올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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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약 60초 우림)
단맛이 조금 줄고, 약간의 산미가 고개를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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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약 2분) 
오호.. 달아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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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차(약 3분이상, 물의 양은 약 2배 더 많이)
허브차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삽미가 느껴집니다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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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동안 코가 아주 서서히, 천~천히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었을 때에는 꽃과 같은 향이 더 잘 느껴지고, 
맛도 한결 가벼워졌지만, 바디감은 살짜쿵 줄어드네요. 
전체적으로 채소에서 날 법한 풋풋한 향과 맛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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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물에서는 윤기가 흘러요. 
첫 시음 때, 저는 ‘버터리(buttery)’라고 딱 한 단어를 써 놓았더군요. 
여러 가지 차를 내어 주셔서 살짝 정신줄을 놓고 있었는데
그 때는 놓쳤던 섬세하고 기품 있는 맛을 이번 시음에서는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정산교목이 초야에 묻혀 학문을 갈고 닦는 ‘선비’라면, 
정산소종은 곱게 자라나고 있는 양반집 ‘규수’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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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여러 가지 복합적인 향과 맛이 나서, 
그것이 머릿 속에서 섬세한 표현으로 잘 따라와 주지 않았습니다. 
100m달리기를 할 때, 마음은 벌써 벅차게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데, 
몸은 아직 반도 못 뛰어간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꼭 한번 다시 마셔봐야 할 차입니다. 
그리고 추차도 참 맛있었습니다. 두 가지를 놓고 비교도 해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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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바깥의 찻자리를 정리하고 다구들을 챙겨 실내로 들어오니, 
신기하게도 실내의 공기가 변하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어요. 
차의 여운이 입안뿐만이 아니라 공기 중에 풀풀 떠 있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습니다. 
다음 번에는 처음부터 조금 좁은 공간에서 마셔보고 싶어요. 
그럼 차가 주는 기운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겠지요.
참 맛있게 마셨습니다. 

@noteano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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